치매 진단·치료에 AI, VR 등이 활용

[테크월드뉴스=이재민 기자]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데, 뇌 시계는 자꾸 끊긴다. 추억은 색이 바래지고, 인생의 발자취는 점점 사라진다. 결국 내 사람들과 나를 잃어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슬픈 병, 치매는 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고통을 준다. 인류는 아직 치매를 정복하지 못했다. 현재 근본적인 치매 치료방법이 없어 조기에 발견해 치료와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총 813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치매 환자는 약 84만 명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10.3%로,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치매 환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중앙치매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2060년에는 치매 환자가 약 332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에는 65세 이전 연령대에서도 치매 환자가 나타나고 있다. 65세 이전에 발생하는 치매는 ‘초로기 치매’라고 하며, 흔히 ‘젊은 치매’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전체 치매 환자수 중 젊은 치매 환자는 약 10%를 차지하며, 10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제 중장년층(30~50대)도 치매로부터 안심할 수 없다.

 

치매 진단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

치매 진단 기술에는 인공지능(AI)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노영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팀과 휴런이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Veuron-Brain-pAb’는 지난 1월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Veuron-Brain-pAb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자동으로 정량화하는 AI 소프트웨어다. 베타 아밀로이드 영역을 AI가 자동으로 분석해 새로운 치매 진단 및 임상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는 10월부터 AI 기반 뇌 영상 분석 프로그램인 ‘뉴로핏 아쿠아’를 도입했다. 뇌 질환 AI 솔루션 전문기업인 뉴로핏이 개발한 뉴로핏 아쿠아는 AI를 통해 감별 진단을 시행하는 진단 의사 결정 보조 시스템(CDSS)의 일종이다.

▲ 임현국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교수가 뇌 영상 소프트웨어를 실행한 후 결과 화면을 분석하고 있다
▲ 임현국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교수가 뇌 영상 소프트웨어를 실행한 후 결과 화면을 분석하고 있다

환자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치매, 경도인지장애, 뇌졸중 등 신경성 퇴화 질환과 관련된 뇌 위축과 백질 변성 등을 분석한다. MRI에서 뇌 세부 영역의 부피와 대뇌 백질 변성 정도를 2분 이내에 분석한 후, 6000명의 환자와 정상인 MRI 빅데이터와 비교해 환자의 뇌 위축 정도를 알 수 있다. 기존 치매 MRI 검사 대비 판독 시간 단축, 정량 분석에 기반한 이상 소견 제공이 가능해져 진단 효율성과 정확도가 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치매 진단을 위한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 시간도 빨라질 예정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PET 검사 시간을 기존 20분에서 2분 내로 단축시킨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PET 영상에서 발생하는 잡음도 제거할 수 있다.

 

VR로 재활치료? 디지털 치료제의 등장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치매 치료 분야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란 먹는 약이나 주사가 아닌, 소프트웨어나 디지털기기를 질병 관리 또는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다. 다른 치료제처럼 임상 시험으로 효과를 증명하고, 미국 FDA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디지털(Digital)과 치료제(Therapeutics)를 합쳐 ‘DTx’라고도 하는 디지털 치료제는 AI, 가상 현실(VR), 게임,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한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로완’이 치매 예방 프로그램인 ‘슈퍼브레인’을 선보이며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식약처 허가를 준비하고 있는 슈퍼브레인은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중재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로, ▲혈관 위험인자 관리 ▲인지훈련 ▲운동 ▲영양교육 ▲동기강화 총 5가지 콘텐츠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AI 기반 뇌 기능 향상 알고리즘을 통해 치매 예방과 지연에 도움을 준다.

유승돈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팀은 뇌졸중이나 치매 등으로 인해 보행이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게임처럼 재밌게 재활치료를 할 수 있는 보행 교정 VR 미디어 기술을 개발해 냈다. 이 VR 프로그램에는 체중 지지 레일트랙과 멀티모달 인지기술이 융합돼 뇌졸중, 치매 환자들은 보행·균형·인지·과제 수행 등의 재활 치료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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