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하는 ‘3세대 유전자가위’…윤리적 문제 남아 있어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우리는 뛰어난 신체 능력이나 기억력, 더 높은 지능, 더 행복한 기분을 위해 유전공학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문제는 그런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점이다. 만약 옳다면 그 이유는 뭘까.”

마이클 센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016년 쓴 책 <완벽에 대한 반론>에 나오는 내용 일부다. 그는 이 책에서 줄리안 사블레스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등이 주장하는 인간 향상론에 반대하는 이유로 “삶은 선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전자 편집은 질병 치료에만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전자 편집을 둘러싼 윤리적 논쟁에도 올해 유전자가위에 관한 관심이 다시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바이런 윈 부회장(89)은 1986년부터 매년 초 ‘올해 열 가지 놀라운 일(Ten Surprises)’를 발표하고 있는데, 올해 1월 3일 내놓은 보고서 기타 항목에서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 캐스나인(CRISPR-Cas9)’을 언급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탈체 유전자 치료법(Ex-vivo Gene Therapy∙신체의 조직이나 유전자를 몸 밖으로 꺼내 치료하고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을 승인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유전자 의학에 관한 연구가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전자가위는 유전자를 마음대로 더하거나 뺄 수 있는 기술을 통칭하는 말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유전자가위가 개발됐는데, 현재 널리 쓰이는 3세대 유전자가위는 10년 전인 2012년 제니퍼 A. 다우드나(58) 미국 UC버클리 교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53)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단장이 함께 세균의 면역 체계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했다. 세균은 해로운 바이러스를 만나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 해당 바이러스의 DNA 일부를 잘라서 세균 유전자에 담아뒀다가 다시 만났을 때 이를 토대로 자신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서 3세대 유전자가위가 탄생했다. 

크리스퍼 캐스나인 유전자가위는 DNA 절단 효소와 자르길 원하는 부위를 유전자가위로 안내하는 분자로 구성된다. 사람이나 동물 또는 세균의 특정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한 유전자가위를 해당 유전체에 넣으면 유전자가위가 작동하면서 해당 특정 유전체(유전자+염색체) 중 표적 부위를 도려낸다. 

2016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유전자가위를 ‘DNA 혁명’이라며 표지에 실었다. 해당 기술은 지난해 네이처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과학 뉴스에도 선정됐다. 사진=내셔널지오그래픽
2016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유전자가위를 ‘DNA 혁명’이라며 표지에 실었다. 해당 기술은 지난해 네이처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과학 뉴스에도 선정됐다. 사진=내셔널지오그래픽

최근 관련 임상시험 결과들이 발표되며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미국 유명 펀드 매니저인 캐시 우드는 경제 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유전자가위 기업 ▲크리스퍼테라퓨틱스(CRSP) ▲인텔리아테라퓨틱스(NTLA) ▲에디타스메디신(EDIT)을 장기 투자할 만한 성장주로 꼽았다.

그는 “머지않아 3사 합산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187조 원)를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월 14일 시총은 132억 달러(약 16조 원)이며 주가가 급등했을 때 기준으로는 400억 달러(약 47조 원)다.

이처럼 유전자가위가 엄청난 힘으로 폭발하는 이유는 저렴한 비용과 손쉬운 사용 방법 때문이다.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2017년 낸 저서 <크리스퍼가 온다>에 따르면 실험실은 230만 원이면 차릴 수 있고, 15만 원에 유전자 편집 키트를 살 수 있다. 실험에는 간단한 도구와 인공 염색체만 있으면 된다.

유전자가위는 난치병과 같은 유전질환과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지난해 노벨화학상도 3세대 유전자가위 개발에 공헌한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단장이 수상했다.

아직 불확실성 커....시장 규모 2028년 7조원 넘을 듯

다만 관련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데다 업계에서 치료제 판매를 승인받은 기업은 아직 없다. 인체에서 3세대 유전자가위의 성공률은 10%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는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유전자에 손을 댄다는 사실 탓에 윤리적인 비판도 거세다.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마저 해당 기술의 무분별한 사용을 우려했을 정도. 

그는 저서에서 “‘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의 말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했다. 유전자가위가 핵무기 투하와 같은 재앙을 불러오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전자가위 연구를 서두르는 게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기술 개발 당시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발전 속도를 보며 프랑켄슈타인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선 2005년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 이후 유전자가위에 대한 연구가 위축됐다. 생명공학 기술에 관한 사회적인 신뢰가 무너지며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귀결됐다. 그 사이 세계 각국의 연구는 저만치 앞서 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앞으로 3세대 유전자가위에 대한 세계 시장 규모는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시장조사 업체 이머전리서치는 해당 시장 규모가 2020년 14억 460만 달러(약 1조 6687억 원)에서 2028년 62억 달러(약 7조 3905억 원)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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