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렌즈와 이미지 센서 한계를 고성능 AP와 SW로 극복

[테크월드뉴스=서유덕 기자] 휴대성과 기능성으로 무장한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고성장하던 디지털 카메라(디카)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세계 카메라 출하량은 2010년 1억 2146만 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후 대폭 하락했다. 2020년 출하량은 889만 대로 추산됐다. 2010년은 아이폰4와 갤럭시S가 출시되며 고성능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휴대전화 탑재 카메라(폰카)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휴대성’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휴대성만으로 카메라 시장을 무너뜨린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이전, 기능형 휴대전화(피처폰, Feature Phone)에도 폰카는 탑재됐다. 하지만 피처폰 카메라는 수십만 화소 수준으로 사양이 낮고 자동 초점(AF)처럼 지금은 필수인 기능이 내장돼 있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피처폰의 저급 카메라를 디카의 대체재로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전문가들도 디카와 폰카는 다른 시장이라고 보며, 디카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결과는 전문가 예상과 달랐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피처폰과 차원이 다른 성능으로 소비자를 매료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소 수가 500만 이상으로 올랐고 AF나 얼굴 인식 같은 똑똑한 기능을 추가했다.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는 화소 수가 1억을 넘었고 사진 품질이 HD급으로 올랐다. 준수한 사진 품질에 스마트폰 특유의 휴대성과 높은 활용도는 컴팩트 디카를 퇴출로 이끌었다. 이제 스마트폰은 DSLR(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과도 경쟁하려 한다.

1999~2020년 세계 디지털 카메라 출하량 (단위: 만 대, 출처: CIPA)

사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이 찍은 사진 원본을 보면 DSLR은 물론 컴팩트 디카로 찍은 사진보다 품질이 떨어진다. 아무리 화소 수가 높아도 동전보다 작은 스마트폰 탑재 이미지 센서와 렌즈로는 빛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필름에 쏘는 빛을 기록하는 기계로 빛을 풍부하게 받아야 사진 품질이 좋다. 디카는 필름을 대체한 이미지 센서가 받아들인 빛을 기록하는데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처럼 렌즈와 이미지 센서 크기가 작으면 충분한 빛을 받을 수 없어 사진 품질이 나빠진다.

휴대성을 위해 최대한 작게 만드는 스마트폰의 작은 렌즈·센서는 크기가 갖는 한계를 이미지 신호 프로세서(ISP)가 보완해 35㎜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디카에 뒤지지 않은 결과물을 낸다.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카메라 성능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같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다. 아이폰13은 전작보다 개선된 ISP와 신경망 엔진이 내장된 A15 바이오닉 칩을 탑재해 다중 프레임 이미지 처리 성능을 높였다. 여기에 프리셋과 맞춤 설정으로 색상과 명암비, 조명을 최적화한다. 12월 1일 발표된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또한 18비트(bit) ISP를 지원해 카메라 데이터 캡쳐를 4000배 높였다.

더군다나 최근 스마트폰은 렌즈를 두 개 이상 탑재한다. 듀얼 렌즈로 부르는 이 기술은 광각렌즈와 망원렌즈를 동시에 사용해 사진을 찍고 ISP가 촬영 데이터를 합쳐 하나의 사진으로 출력한다. 이 과정을 통해 부족한 광량을 보충한다.

사용자 중심의 소프트웨어(SW) 보정도 스마트폰 카메라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인물에 초점을 집중하는 사진을 찍고 싶을 때 DSLR로는 조리개를 개방하고 셔터 속도와 감도를 조절해 적정 광량을 맞춰 찍어야 한다. 추가 보정을 하고 싶다면 PC프로그램으로 보정해야 한다. 반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내장된 AI 또는 프로그램이 알아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배경을 흐리게 처리한다. 여기에 자동 보정 기능을 추가해 순식간에 피부 톤을 정리한 사진을 갤러리에 저장한다.

사진 활용 같은 편의성 면에서는 5G와 4G LTE, 와이파이(Wi-Fi), 블루투스(Bluetooth) 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압도적이다. DSLR은 컴퓨터에 유선으로 연결해 사진 파일을 저장매체에 옮겨야 한다. 스마트폰은 촬영 직후 저장된 사진을 곧장 SNS에 업로드하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디카 전부를 스마트폰이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작은 렌즈와 이미지 센서로는 해결할 수 없는 초고화질 전문 영상 촬영 수요가 존재하며 이는 초고사양 대형 카메라의 몫이다. 그러나 과거 디카 시장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사라질 전망이다. 일상생활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사진을 터치 한 번으로 얻을 수 있는 간편함에 특유의 휴대성과 활용도가 더해진 스마트폰은 디카의 설자리를 밀어내고 있다. 10년 전에 애용했던 당신의 디카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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