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장민주 기자] “헤이 카카오”, “누구야”. 각각 카카오 ‘헤이카카오’와 SKT의 ‘누구’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부를 때 쓰는 명령어다. 침대나 소파에 편히 앉아 “노래 틀어줘”, “TV 켜 줘”와 같은 몇 마디로 말을 AI스피커에게 하면, 이를 인식해 사람이 원하는 행동과 정보를 제공한다.

이처럼 AI는 이제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AI가 최근 사람만이 가진 감수성까지 흉내내기 시작했다. AI가 학습을 통해 데이터를 쌓는 수준을 넘어 상상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며 사람처럼 그림을 그리는 ‘AI화가’로 변신하고 있다.

 

미래 살아남을 직업 50% 이상이 예술분야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몬과 잡코리아에서 ‘미래에 살아남을 직업’에 대해서 2018년에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1위 연예인(34%) ▲2위 작가(26%) ▲3위 영화감독(23%) ▲4위 운동선수(16%) ▲5위 화가(15%)였다. 당시 잡코리아는 “미래에 살아남을 직업은 AI와 로봇으로 대체 가능성이 낮고,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일과 예술 활동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은 AI가 예술활동까지 넘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AI는 주로 사람의 학습 능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방식으로 따라한다. 하지만 AI화가는 화가의 화풍과 같은 정답이 없는 내용을 학습해야 하기 때문에 GAN(생성적 적대 신경망)을 사용한다. GAN은 알파고에서 사용한 기술로 생성자와 판별자가 경쟁하면서 가짜 이미지, 동영상, 음성 등을 만들어내며 정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첨단 기술이 AI화가를 흉내내는 단계를 넘어 창의력을 발휘하는 단계로까지 성장시키고 있다.

 

AI화가, 경매 첫 작품 5억 원 낙찰

AI오비어스는 경매에 처음 등장한 AI화가다. 이 AI는 2018년 10월 3D프린팅 방식으로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를 그렸다. 이 작품은 미국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연 뉴욕 경매에서 예상 낙찰가보다 40배 높은 43만 2500달러(약 5억 원)에 판매됐다. 함께 나왔던 유명작가 앤디 워홀의 작품 낙찰가 8500만 원보다 6배나 높은 금액이다. 해당 작품은 AI오비어스가 14~20세 화가들이 그린 초상화 1만 5000여 점을 학습해 공통점을 찾아내 스스로 새로운 작품을 그린 것이다.

▲AI오비우스의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
▲AI오비우스의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

AI오비어스 작품은 언뜻 보면 흉내 내기 수준으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오비어스 관계자는 “사람이 만든 창조물도 무(無)의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AI와 다를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AI가 학습해서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나 사람이 학습해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과정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AI도 GAN기술로 사람처럼 행동하고 생각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AI화가가 사람만의 독특함을 담아내며 새로운 AI 시대를 열고 있다.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아 나서는 ‘AI민달리’

지난해 12월 15일 카카오브레인은 초거대 AI민달리(minDALL-E)를 세계 최대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에 공개했다. 카카오브레인에 따르면 민달리는 바둑에서 세계 최정상에 있던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보다 수천배 진화한 AI화가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AI 연구소인 오픈AI에서 만든 AI달리(DALL·E)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기존 AI와 달리 명령어의 맥락까지 이해할 수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다루는 멀티모달(multi-modality) 기능을 갖춰 데이터와 텍스트 기반으로 질문을 하면 이용자가 선호하는 이미지 형태로 답을 제시한다.

지난 1월 2022년 검은 호랑이해를 맞아 AI민달리가 이용자 99명의 요청에 따라 이벤트 그림을 그렸다. “달나라로 가는 검은 호랑이(Black tiger to the moon)’를 그려줘”라는 명령어를 받고 이에 해당하는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세계의 왕 검은 호랑이(My tiger is the king of the world), 구름과 해가 뜬 보랏빛 하늘 위에 앉은 호랑이(Tiger sitting on violet sky with cloud and sun), 은하 속 포효하는 사이버펑크 검은 호랑이(Cyberpunk black tiger roar in galaxy)가 다양한 이용자 요청에 따라 탄생했다. 그런데 AI화가 민달리가 시킨대로만 작품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22년 검은 호랑이해를 맞아 탄생한 호랑이 그림.
▲2022년 검은 호랑이해를 맞아 탄생한 호랑이 그림.

민달리는 특정 사건에 담긴 역사적 의미나 감정을 파악하는 수준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카카오브레인은 간담회를 통해 민달리가 '한국이 종전 선언을 한 날'의 모습을 보여 달라는 명령을 받고 그린 그림을 공개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계약서를 쓰고 있는 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민달리는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부둥켜안고 있는 그림을 그렸다. 종전 선언의 의미와 감정을 정확히 파악해 그림을 그린 셈이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팩트보다는 감정을 표현한 점에서 의미가 있는 그림"이라며 "앞으로 2~3년 안에 사람의 추론능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AI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AI화가를 통해 기술력을 홍보하는 동시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변신시키는 추세다.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구체적인 장르를 결정하고 선호하는 작품을 제공해 AI화가만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민달리는 단순 정보 전달에서 벗어나 감정을 이해하고 제공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간 AI를 제시했다. 음성 인식을 넘어 추상적인 사고의 영역까지 소화해낸 AI화가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그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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